재개발로 밀려나 낯선 곳에 교회 재개척한 강상용 목사 인터뷰
 
최창민 
1년여 만이다. 경제를 살려보라는 국민들의 염원 속에 갓 태어난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열 차게 가동되던 시절. 새 정부의 도심 재개발 정책에 맞서 보부도 당당하게 항의 하던 목사들이 있었다. 

▲ 1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강상용 목사.     ©뉴스파워 최창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 지역에서 임차교회를 섬기던 강상용 목사(예장합동, 영광교회)가 그 주인공. 불과 1년 만에 재개발 정책에 밀려 낯선 지역에서 다시 교회를 개척한 그를 6일 오후 서대문구 홍은3동 영광교회에서 만났다.

▲ 영광교회 강상용 목사     ©뉴스파워
“철거민들을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 그분들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모른다. 철거민들과 함께 기도했던 저는 그분들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 비단 용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년 사이 용산에서는 도심 재개발 문제로 세입자들이 정부와 협상을 벌이던 중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가재울임차교회연합회 소속 11개 교회 목회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두 사건이 무관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가 모두 세입자들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에 밀려 낯선 땅에 교회 개척

강 목사는 2006년 6월 10일 가재울 지역에서 영광교회를 개척해 불과 1년 만에 60여 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켰지만, 본격적인 재개발 정책이 진행되자 성도들이 하나둘 떠났다. 교회 이전 직전에는 성도들이 10여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임차교회연합회 소속 목회자들은 임대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을 찾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기도 일산이나 은평구 등 서울시 외각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교회 형편에 따라 개발 시행사로부터 이전 보상비로 5백에서 1천만 원 가량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내몰린 것이다. 강 목사는 “그중에는 목회를 그만둔 분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6개월 동안 기도해 30여 명이 모일 수 있는 예배 공간을 마련했다.     ©뉴스파워 최창민

영광교회는 작년 7월에 홍은동으로 이전했다. 교회 이전과 함께 10여 명의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떠났고 두 분 만 남아 강 목사와 함께 교회를 섬기고 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매주 다섯 명이 모여 강 목사 부부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런데도 강 목사는 “다른 분들에 비해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개척 이후 특별한 간증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이전을 위해 밤이고 낮이고 기도하며 6개월간을 찾아다닌 끝에 명지전문대 앞 상가 건물을 임대했다. 
 
▲간증이 된 종탑과 교회 간판©뉴스파워
개척 초기 넘치는 간증 “하나님의 도우심”


근처 큰 교회를 다니던 건물 주인은 강 목사를 세입자로 받은 후 영광교회를 출석하고 있다. “눈이 좋지 않은 주인이 큰 교회에서 자막으로 예배를 드리다가, 이제는 저희 교회에 와서 아내가 매주 옆에 앉아 성경을 읽어주고 있다.” 그는 하나님이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이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건물 임대비를 인근 상가의 절반 정도만 내고 지내고 있다.

“어떤 수학 선생님은 방학 때 잠시 서울에 들렀다가 우리 교회에서 한번 예배를 드리고 갔는데, 그 후 매달 10만원씩 5개월 째 선교헌금을 보내오고 있다.” 간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개발로 인해 내몰린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교회 청년들이 돈을 모아 교회 종탑을 세워줬다. 또, 라디오를 통해 보도된 강 목사의 사연을 들은 한 할머니가 딸이 과외를 하며 모은 십일조라며 정확히 한 달 임대비인 55만원을 보내왔다. 

그는 개척 이후 있었던 간증을 나누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인도해주시는 것을 느낀다. 어차피 목회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것이다. 인간적인 계산으로 목회를 했다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목회

강 목사는 뒤늦게 신학을 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일반 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나이에 교회 개척을 시작했다. “서민층, 달동네 같은 지역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는 목회를 하고 싶었다.” 재개발 지역인 줄 알고도 그곳에 교회를 개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같이 말했다. 

섬기는 목회를 해온 강 목사 부부는 어려운 형편에도 매주 목요일 이 지역 노인 10여 분을 모셔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지금은 서너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특별한 지원도 없지만 매주 이웃을 섬기고 있다.” 
 
▲ 교회 인근에 사는 노인들을 초청해 매주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 뉴스파워 최창민

강 목사 부부는 임대 공간 절반을 쪼개 다섯평 남짓한 방을 만들었다. 원래 상가 건물에 온돌난방이 될 리 만무했다. 다른 상가 세입자들 때문에 연탄도 뗄 수 없어서 전열선을 벽에 붙여 난방을 대신하고 있다. 그곳에 두 부부가 겨우 두 끼 정도만 먹어가며 노인들을 섬기고 있다.

재개발지역 임차교회 “자구책 세워야”

1년 전 강 목사는 임차교회 문제를 들고 한기총을 찾아가 호소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시위도 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자치부, 서울시, 해당 구청 등 여러 곳에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조합과 협의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교계 차원의 대응도 전무했다.

그래도 강 목사는 재개발지역의 임차교회 목회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 목사님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발업자들은 지역 주민을 이용해 세입자들을 내쫓는 정책을 쓴다. 그러면 교회도 존립에 큰 위협이 온다.”며 “급기야 교회와 성도들 간의 갈등이 생겨 성도들이 떠난다. 재개발 일정이 잡히면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차교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강 목사는 “공특법(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에서 종교시설이 비영리단체로 구분돼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종교시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 평가 단계에서 일반 상가와 같이 기반 시설비, 인테리어 비용과 함께 무형의 자산인 성도수와 지역 정착 비용 등을 교회 보상의 근거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또 “임차교회는 이전 시에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고 토로하고 “어느 지역이건 재개발 지역은 계발이익금이 넘친다. 임차교회도 계발이익금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공공 임대시설을 지어주거나 이전 시 이자율이 낮은 대출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무조건 내몰기 식으로 문 닫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거리에 나앉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종탑을 가리키며 개척을 통해 얻은 간증을 나누고 있는 강상용 목사.     © 뉴스파워 최창민

“임차교회를 위해 교계와 교단이 나서달라”

강 목사의 새 개척지는 명지전문대 앞이다. 강 목사는 교회를 학교 동아리나 학과에 개방해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장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지역을 섬기는 교회로 목회 방향을 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 목사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신음하는 작은 교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최근 이혼하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도들 중에도 경제 위기 속에 무너진 가정도 많다. 이런 성도들은 목회자의 큰 슬픔”이라며 “경제 위기 속에 작은 교회는 크게 타격을 받고 당장 교회 운영에 차질을 빗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강 목사는 “어렵다고만 하면 안 된다. 어려울수록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선하신 뜻을 가지고 계신다.”고 말하고 “한국 교회가 작은 교회를 돌아보지 않는다. 작은 교회, 임차교회를 위해 교계와 교단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 명지전문대학 맞은 편에 위치한 영광교회 전경.     ©뉴스파워 최창민